이 글은 제가 미국 유학생활 중, 지인들의 초대로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견학갔던 내용을 다룹니다.  당시 작성했던 내용은 수정하지 않고 다만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바뀐 사실들만 추가하였습니다.





3년간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이쪽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배와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생겼다. 이제 유학생활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들러봤던 유명한 회사들 사진들을 올려볼까 한다. 전공 관계상 주로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많다. 대부분의 회사가 내부 사진은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사진이 다양하지 못한점 양해 바람.

학생때 이 회사들을 둘러보면서 졸업하면 반드시 이 중 하나에 취직할꺼야 했던 포부가 아직 생각난다. 소니를 빼고선 여기 올라와 있는 많은 회사들과는 아직 인연이 닿지 못했지만(드림웍스를 제외하고는 다 연락이 한번씩 왔었다. 블리자드에서는 애니메이션 테스트도 봤는데 탈락.) 내년에 망할 회사들도 아니니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일해볼 수 있겠지.

 
1. PIXAR ANIMATION STUDIOS, Emeryville, CA


이 곳이 그 유명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학교랑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대여섯 번은 방문한 것 같다. 대학 캠퍼스같이 꾸며놓아서 매우 아늑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회사가 위치한 지역 에머리빌은 오클랜드의 위성도시로 미국 내에서도 오클랜드와 더불어 매우 위험한 지역에 속한다. 요즘은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축구장 자리에 5층짜리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한다.(2015년 현재는 완공되었습니다.) 사무실 내부는 엄격히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각종 DVD 보너스트랙을 보면 대충 어떤지 감을 잡을 수 있고, 실제로 들어가 봤을때 정말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은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앙 로비. 2층짜리 건물이 양쪽으로 사무실들이 위치하고 중앙에 이렇게 뻥 뚫려 있는 로비가 있다. 식당과 휴게실, 화장실 등이 있다. 처음에 이 건물을 설계할 때 많은 사람들의 교류를 위해서 이런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 축구장 자리의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그 쪽 사람들과는 어떻게 교류할지 모르곘네. 구름다리라도 만들려나..

사진에 테이블들이 많은데 맞은편에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음식을 사서 이 테이블들에 자유롭게 앉아 점심을 먹는다. 식당은 그날 그날 몇가지의 호텔식 메뉴를 구성하여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드림웍스처럼 공짜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예전에 갔을때 Alaska halibut steak 을 먹어봤었는데 맛은 있는데 양이 좀 부족했던...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같이 식사량이 많은 사람들은 두번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피터 손(교포 Animator, Good Dinosaur 감독, 영화 라타투이의 Emile 성우, 학교 강의때 온 적이 있어서 알게 됐다.) 씨가 계산대 앞에 서서 계산하고 있는걸 발견, 아는 척을 하려다가 말았다. 아까 내가 주문한거 기다리고 있을 때 분명 밥 먹고 있는걸 봤었거든. 


로비 바로 옆에 있는 실물 크기 인형들.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반과 마이크 와죠스키. 이 부근에 카에 나왔던 자동차들과 인크레더블스 가족, 니모와 상어들, 그리고 라타뚜이의 레미와 월-E도 전시되어 있다. 이 사진 바로 오른쪽에 간이 선물판매대가 있었는데 최근에 맞은편 사무실 공간으로 조금 더 정리된 모습으로 확장 이전을 했다.  그런데 그다지 이쁜 기념품을 아직 발견 못했다.



로비 벽에는 지금까지 나왔던 영화들의 컨셉 아트들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서 전시해 놓고 있다. 보통 Visual Developement 단계의 그림들인데 영화가 렌더링이 되기 전에 전체적인 라이팅과 칼라의 느낌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예상하기 위해서 고전 방식으로 그림들을 그린다. 보통 오일페인팅, 수채화, 파스텔 등의 전통적인 미디엄으로 많이들 사용한다. 이 사진에서는 영화 "카"에서 허드슨 호넷이 맥퀸과 경주할 때의 장면을 비주얼라이징 한 것 같아보인다.



월-E 시사회때 들렀다가 본 마당에 있는 대형 월-E 풍선. 바람빼서 집으로 가져오고 싶었으나..  


픽사 창립 20주년 기념을 하기 위해서 설치한 대형 '룩소 주니어' 피겨. 실제로 저 전구에 불이 켜진다고 하지만 밤에 본 적은 없어 알 수 없다. 이 조형물이 처음 세워질 때 천으로 가려놓고 보안을 유지하려 했건만 아무도 그 천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후문.



2. DreamWorks Animation, Glendale, CA

LA 북쪽 글렌데일이라는 위성도시에 위치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본사. 지난 2008 씨그라프 때 견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 화려한 건물 조경에 반했었다. 사실은 매일 매일 제공되는 공짜 식사에 더 혹했다. 아침 점심이 기본으로 공짜고, 점심때 조금 많이 챙기면 저녁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이 회사 다니면 일단 식비 걱정은 없을 듯 하다. 대신 체중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듯. 글렌데일은 전형적인 미국 마을 같아서 절대 범죄 없을 것 같은 평화롭고 한적한 도시였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무슨 성 같아보인다.



주차장 옥상에서 바라본 회사 전경. 제프리 카젠버그(드림웍스 회장)가 조경에 매우 신경을 썼다고 한다. 최적의 환경을 직원들에게 제공해 줘야 최고의 작업물이 나온다는 게 회사의 컨셉.



건물 중앙에 있는 분수대 뒤로 드림웍스 로고 형상을 한 나무가 보인다. 그 뒤는 위에서 말한 공짜 직원 식당.



3. PDI/DreamWorks, Redwood City, CA (주: 최근 이 스튜디오는 문을 닫았습니다.) 

드림웍스는 LA지역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두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 원래 이 회사는 PDI(Pacific Data Image)라는 그래픽 전문회사였는데 드림웍스 초기시절 영화작업을 같이 하다가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서 드림웍스가 인수하게 된 관계로 PDI/DreamWorks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글렌데일의 본사와는 다르게 독립된 건물이 아닌 비즈니스 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 단지 전체가 드림웍스인줄 알았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앞에는 베이, 뒤는 습지, 그 맞은 편에 시멘트 공장이 있어서 길바닥에 돌과 흙이 좀 많고 도로에 덤프트럭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열심히 회사에 충성할 수 있는 환경이랄까. 여기도 밥은 공짜로 준다고 한다.




4. The Walt Disney Company, Burbank, CA

디즈니 그룹이 모여 있는 버뱅크는 글렌데일 과 붙어 있는 LA의 위성도시중 하나다. 여기의 HR 매니저와 대화하던 중 들은 이야기가 이곳 사람들은 Burbank를 Bored Bank라고 한단다. 그만큼 할 것 없고 무료한 전형적인 안전한 미국 도시. 그러나 주변에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있고 헐리우드도 가까워서 즐기며 살기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저멀리 저 산 너머가 헐리우드.
  


현지인들은 이곳을 The Mouse Company라 부르는데 원래는 정문이 보이는 이곳 건물들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시대때 애니메이션 디파트먼트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이 건물의 뒤쪽에 따로 자리잡고 있다. 아래 사진 참조.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정문. 저 모자는 미키마우스가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때 쓰고 나왔던 그 모자인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The Hat company라 부르는 이유가 이 것 때문. (추가: 입구에 세워져 있는 Animation 글자는 월트디즈니의 친형이자 공동 창립자인 Roy를 기리기 위해 Roy E. Disney Animation Building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디즈니 본사 쪽으로 돌아가면서 본 쪽문(?) 디즈니 계열사인 ABC 방송국이 이 문 안쪽으로 위치해 있는것으로 기억된다.



5. Blizzard Entertainment, Irvine, CA

아마 한국 사람들이 제일 관심있어 하는 회사가 아닐까 생각해서 애니메이션 회사가 아님에도 같이 올려 본다. 원래 이 회사는 UC Irvine 내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해서 얼마전까지 그 대학교 안의 여러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부근의 건물을 구입해서 모든 직원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았다. 얼바인이야 한국 사람에게 워낙 유명한 - 조기유학으로 유명한 - 도시라서 그다지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듯 하다. 버뱅크, 글렌데일, 얼바인 등이 LA 지역의 대표적인 "심심한" 도시들. 


딱 보면 픽사의 정문과 비슷하게 생겼다. 다니고 있는 지인 말에 의하면 실제로 이 정문 만들때 픽사의 그것을 참고했었다고 한다.  그친구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픽사 따라한 정문에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이 정문이 없다면 누구도 이 건물이 블리자드라는 걸 모를 정도로 건물은 별로 특색이 없다. 아무래도 기존 건물을 사서 만든 캠퍼스라서 그런가.
  


많은 게임관련 매체들이 이미 블라지드 탐방기에 대해서 적어놓아서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곳에 블리자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박물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가 본 소감을 말하자면, 진짜 작고 볼거 별로 없더라.  전체적으로 회사 투어를 하면서 느낀 소감은 뭐랄까, 위의 애니메이션 회사처럼 아기자기하고 꼼꼼한 그런 맛은 거의 없고 직원들 개개인의 책상이나 업무 환경은 매우 좋은 것 같긴 하지만  무언가 직원들을 위한 편의 시설 같은게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회사 직원들이 다들 일만 너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건지, 회사가 이사 온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들어온 블리자드의 회사 분위기는 결코 경직되어 있지 않다고 알고 있어서 그런지 약간은 이런 환경이 어색해 보였다.


6.  Sony Imageworks, Culver City, CA

LA북쪽 산타모니카와 붙어 있는 작은 위성도시인 이곳에 위치한 소니 이미지웍스는 애니메이션 제작과 VFX 작업을 같이 하는 회사다. 최근의 애니메이션으로는 Surf's Up, Open Season(한국 개봉명 '부그와 엘리엇') 이 있고,  VFX 작업은 발키리, 핸콕,  스파이더맨3 을 비롯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들을 작업한 회사다.  건물 자체로는 별 특색이 없고 내부 역시 촬영금지라 보여줄 것도 없는데 이제 이정도 규모 이하의 회사들은 위의 애니메이션 회사들과 다르게 건물이나 외관에 별 특징이 없다.  (추가: 아시겠지만 제가 이제는 이 회사에 다닐 예정이고, 현재는 본사를 캐나다 밴쿠버로 이전하였습니다.)





맺으며,

앞으로 미국에서 얼마동안 더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실력을 쌓으며 일하다보면 언급한 이 회사들 중 하나에서 일할 기회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는 지리적인 이득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런 회사들을 구경할 기회가 주어져서 어찌보면 복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게임/영화산업에 이바지한 업적들을 눈앞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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