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VFX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자기가 하는 일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임하기에 본인이 참여한 작품이 대중에 공개 되어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게 아티스트 개인의 역량으로 되지는 않겠지만서도 말입니다. (한국만큼 일상화되지는 않은) 오버타임과 주말 출근을 몇주 몇달 해오면서 고생한 후, 마침내 영화가 상영되어 올라가는 (아무도 관심없는) 엔딩 크레딧 속 몇천명 이름 중 본인을 찾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그 보람됨을 느낍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지켜볼 때는 웬지 모를 묘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성공을 원했던 작품은 평점 폭격을 맞고 있고, 개인적으로 너무나 싫어하는 주연배우가 참여했던 작품이라 작업하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가 꽤나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우리는 누군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해주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사실 예측하기 힘든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영화의 모든 부분을 볼 수도 없고, 본인이 참여하는 시퀀스나 샷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반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어요. 좋은 작품, 성공할 작품이라는 걸 미리 판단하고 들어갈 수는 없거든요. 그게 정확하면 세상 모든 영화가 다 성공하겠죠. 


재밌는건 매거진이나 뉴스에 나오는 영화 제작 뒷 이야기들을 볼 때입니다. 실제 사정과는 전혀 다르게 잘 포장되어서 나오는 소식이나 루머를 읽고 있으면 정말로 입이 근질근질해 미치겠거든요. 그렇다고 함부로 "어휴, 사실은 그게 아니라..." 하고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내부 정보 유출이라서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작품에 참여한 동료 아티스트들분들 고생했어요. 우리 잘못은 아니에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