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 필요한 해외 취업의 경우,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서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합니다. 취업비자 발급에 최소 2주, 최대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대부분의 회사들은 급하게 뽑는(immediate) 포지션의 경우 비자를 이미 가지고 있거나 필요없는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합니다. 경력과 실력이 충분한데 신분 때문에 오퍼를 못받게 되면 그것만큼 분통 터지고 억울한 일이 없습니다. (많이 겪어보면 무덤덤해지긴 합니다.)


게다가, 대규모의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이상, 보통 VFX회사가 채용 공고를 공개적으로 게시하기 전에는 기존에 일했던 직원, 내부 직원 추천, 지난 지원자들 데이타 베이스에서 "찜(Hirable)" 해놓은 사람들 중심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먼저 진행하고, 그 후 채용 공고를 내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지원하게 될 경우 취업비자까지 받으면서 오퍼를 받을 확률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채용 프로세스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진행하기 때문에 미리 채용이 확정되는 것이 유리합니다. 비자 프로세스 기간 문제도 있거니와, 채용 프로세스 말미에 지원을 하게 되면, 몇자리 남지 않은 포지션을 조금이라도 실력과 경력이 좋은 사람으로 채워넣으려고 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게 지원자를 심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어떤 식으로 VFX회사에 지원을 해야 조금이라도 오퍼를 받을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취업은 타이밍입니다. 





2015년 6월에 개봉한 Jurassic World의 VFX 메인 벤더였던 ILM, Ted2의 VFX하우스였던 Iloura와 Tippett Studio는

2014년 10월부터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 늦여름 또는 초가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극장 성수기인 5월- 8월 사이에 개봉 스케줄을 맞추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마케팅 전략상 겨울방학 시즌이나 봄가을 비수기에 개봉하는 영화들도 있지만 대부분 주로 여름방학 시즌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VFX회사에서는 개봉일로부터 적어도 1년-1년반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해당 영화의 VFX작업을 끝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케줄로 프로덕션이 진행되었을 때, 이 여름용 블록버스터들 작업에서 애니메이터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기(Animation Ramp-Up)는 대략 9월-11월 사이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이 회사들에서 애니메이터를 고용하고자 하면, 7월에서 9월 사이가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2016년 3월에 북미 개봉 예정인 Batman vs Superman



2. 영화 프로젝트 라인업으로 예측


최근에 블록버스터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관계로, 전통적인 여름 성수기를 피해서 개봉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Avengers: Age of Ultron의 경우, 초대형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북미에서 5월 1일에 개봉을 하였습니다. DC코믹스의 초 기대작인 Batman vs Superman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내년 3월 25일에 개봉합니다. 이렇게 전형적인 개봉스케줄에 부합하지 않는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는 관계로 VFX작업 스케줄 역시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대략 개봉일 1년-10개월 전부터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Batman vs Superman의 경우 2015년 2월부터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각 VFX 영화들의 개봉 시기와 어떤 회사가 VFX작업을 하는 지는 아래 웹사이트에 방문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모델러, Rigger, Character TD를 뽑는 시기


가끔은 VFX회사에서 스케줄을 예상보다 일찍, 또는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이전 프로젝트의 스케줄 문제일 수도 있고, 인력 재배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던가, 내부적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벌어두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 외부로 이런 정보가 누출되지는 않기 때문에 만일 원하는 회사에서 분명 시기적으로 애니메이터를 뽑을 때인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이런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는 웹사이트에 방문해서 다른 직종의 구인공고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그 회사에서 현재 Modeler, Rigger, 또는 Character TD를 뽑는다는 공고가 뜨면 얼른 데모릴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프로젝트 Pipeline 상으로 이 포지션들 이후에 Animator들이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조만간 애니메이터를 뽑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제가 최근에 이 정보를 토대로 이메일을 보내본 적이 있었고, 역시나 제 예측이 맞았습니다.

I found Method Vancouver is currently looking for a rigger, which I assume there will be hiring for animators soon? 

If you have a plan for the recruiting, please let me know so I can send my material for the consideration. Thank you.


답변은 이렇게 왔었습니다.
Indeed that’s correct.

Can you please send Alan (CC’d) your latest CV and showreel and he will get back to you if he has anything suitable.

Thanks.



이 외에도 Linkedin에서 리크루터들이 간혹 구인공고를 올리기도 하고 Job Fair 등에서 취업설명회 등을 하기도 합니다만, 주로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구인공고가 뜨게 되면 취업비자라는 핸디캡이 있는 저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실력입니다. 픽사 애니메이터가 기립해서 박수칠 정도의 데모릴이 있다면 무슨 경쟁이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조금이라도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하는 포지션에 대한 지원 시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결국 취업은 타이밍 싸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북미 VFX회사에 취업하고자 하는 애니메이터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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